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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 교육 연대    2008-06-16 18:38:10   
조한혜정 선생님의 글  


1990년대에 제도권 학교가 꽤 바뀔 것 같더니 2000년대 들어서서 다시 입시위주로 뒷걸음질 치고 있다. 점점 단수가 높아가는 사교육 시장 탓만은 아닐 것이다. 청년 실업률이 높아지고, 생존 자체가 힘들어지는 ‘위험사회’에서 점점 고조되는 부모와 학생 당사자의 불안감 역시 이런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감에 아이들은 다시 순종적이 되기로 했고, 학교는 입시학원과 학부모와 모종의 ‘결탁’을 함으로 입시교육을 더욱 공고화해가게 된 것이다.

자녀에게 나름의 자율적 시공간을 주고 싶어하는 부모들은 초등학교는 그래도 보낼 만하다고 한다. 다양한 경험을 하고 스스로 탐색할 시간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중학교만 해도 수학여행도 가고 소풍도 간다고 했다. 그러나 고등학교에 가면 수학여행은커녕 체육대회도 잘 못한다는 것이다. 교장이 못하게 해서가 아니라 체육대회를 왜 하느냐는 학부모 항의가 잇달아 꼼짝없이 입시수업만 해야 한다고 한다. 극성 학부모들의 질타가 무서운데다 잡무에 시달리는 교사들은 강요된 태업상태에 들어간지 꽤 되었다. 입시관리사로 전락한 매니저 어머니들의 목소리에 지자체도 가세해서 대학진학률 높은 ‘명문고’ 만들라는 주문만 하니 현장 학교에서 ‘인성교육’을 한다거나 특성화 교육을 한다는 것은 점점 더 먼나라 이야기가 되고 있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여행도 하고 특기 활동에 몰입하고, 자아를 찾아 여행도 떠날 ‘한창 나이’의 아이들을 가두어두는 제도권 학교를 보면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는 속담이 생각난다. 책임 질 일이 안 벌어지는 게 목적이 되어버린 조직이다 보니 일은 안 벌일수록 좋다. 좋게 이야기 하면 온실이고 안 좋게 이야기 하면 편안한 감옥이다. 1990년대 “닥쳐요, 뉍둬요” 라면서 자기 길을 가겠다던 적극적 아이들이 생겨났지만, 이제는 그런 아이들도 없다. 대신 고분고분해진 아이들이 늘어났는데, 이들은 공부하는 척 하면서 딴짓하거나, 겨우 가는 숨을 쉬면서 하루 하루를 버티는 경우라고 한다. 이렇게 성장한 아이들은 조만간 나라가 먹여 살려야 할 거대한 부담인구가 될 것이다.  

비인가 학교인 부산의 ‘우다다 학교’의 학생과 교사 네 명이 지난 8월 폭우에 무인도 탐사를 나갔다가 사고를 당했다. 아이들을 위해 밤낮없이 헌신해온 정철환 선생님, 그리고 열네살의 김정훈, 열다섯살의 하누리, 열여섯 살의 이태재 학생이 세상을 떠났다. 사고 소식을 접하고 대안학교에 관여해온 사람들은 모두 심란한 나날을 보냈을 것이다. 이런 일이 자기학교에서 절대 안 일어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어른들은 최선을 다해 안전을 기해야 한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건 ‘온실’에 있을 수 없게 된 아이들과, 타인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어른들이 ‘구더기를 무서워하지 않고’ 장을 담그기로 한 상황에서 피할 수 없는 천재지변을 감수할 생각을 해야 하는 것이다.  

대안학교에서는 사람과 일, 세상을 두려워하는 요즘 아이들이 자기주도성을 회복하고, 서로협동하고, 자체 내 내공을 길러 갈 수 있게 하려고 여러 가지 학습방법을 개발해왔다. 내가 몸담고 있는 하자 작업장 학교에서는 ‘길찾기’ 학생들이 8박 9일 동안 꼬박 ‘걸어서 바다까지’ 가는 도보여행을 한다. 한두달씩 전국 순회를 하는 학교도 있고, 백두산을 오르거나 상해 임시정부를 찾아 아시아 여행을 하는 학교도 있다. ‘우다다 학교’는 용기와 자신감을 갖게 하기위해 무인도 여행을 교과과정으로 개발했던 학교이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그간 비인가 대안학교에서 아이들을 위해 헌신해온 교사들은 스스로 자문을 하게 된다고 한다. 이런 위험부담 큰 일을 계속할 것인가?

진정 이 사고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새로운 학습을 하려는 열망을 가진 아이일까? 그들을 ‘감히’ 돌보기로 한 대안학교 교사일까? 아이들을 잡아두지 못한 제도권 학교일까? 아이들이 갈만한 선택지를 만들어주지 못한 국가와 시민사회일까? 이 사건이 마침 대안학교 시행령이 통과되어 대안학습 공간에도 국민의 세금이 분배될 줄 알았던 기대감이 무너진 시점에 일어났기에 더욱 안타까운 질문을 던지게 된다. 이 나라에 미래를 만들어갈 현재를 살아가는 10대를 위한 교육정책이나 청소년 정책이 있기나 한 것일까? 21세기 아이들을 위한교육인적 자원2부가 만들어져야 할 때가 아닌가?

1998년 ‘인천 호프 화재 사건’을 통해 우리 사회는 새로운 청소년 정책을 수립했다. 십년이 지난 지금, ‘부산 도시속 작은 학교’ 사건을 통해 우리 사회가 배워야할 교훈이 분명 있을 것이다. 물살에 떠밀렸을 아이들의 모습에 겹쳐지는 모습은 ‘온실’에 갇혀있는 아이들의 모습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그대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살아남은 자들이 계속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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