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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깊을지예아    2020-06-09 04:33:31   
20200608  


나 오늘 추모게시판 들어오면서 가장 먼저 무슨 생각한 줄 알아요?
와, 나 벌써 일년 가까이 여기서 살아냈니? 세상에나..
하는 마음.
다음달이면 벌써 일년이더라고요. 한국 떠나온지.
기분이 좀 묘해요. 딱 일년 전엔 완전 멘탈 바스락이었거든요.
매장에서도 그만두는 게 코앞이라 마음은 붕붕 뜨고,
출국 한달전쯤이었으니까.. 비자가 아직 안나와서 뱅기표도 안끊었을때였고.
내가 진짜 가서 잘 살아낼 수 있을까?
정말 비행기 탈 수 있는 건 맞을까? 하는 생각들로 가득했었는데..

사실 이번에 추모게시판에 글을 써야겠다 생각한 건 싸이월드 때문이에요.
추모게시판에 글 쓰러 들어오면서 오랫만에 우다다 게시판도 글 남겼어요.
편지를 보내고 싶었는데, 2월부터 국가간 물류이동이 원활하지 않아서
편지같은 건 중간에 그냥 묶여버리더라구요. 벌써 몇개나 묶였다 편지..

며칠전에 기사를 봤는데, 싸이월드가 정말로 진짜로 폐업을 한다고 하더라구요.
그 기사 딱 보는데 먼저 드는 생각이. 아 이제는 진짜로 내 기억속에서만 남아있구나.
이태재랑, 하누리랑, 김정훈이랑 나눴던 그 발자취들이 이제는 웹상에서 사라지는구나.
원래도 방명록이랑 일촌평같은거, 게시글 같은건 백업이 안되는 바람에
가끔 들어가서 보고 그마저도 몇년 전부터는 로그인이 잘 안되어서 보기가 힘들었는데.

사실 사진 날아간 건 별로 안아까워요.
나 외장하드에 들고있는 옛날 사진도 좀 되고, 하니까.
근데 진짜 아까운건 글이랑 방명록 이런거야.
이럴 줄 알았으면 캡쳐라도 해놀걸 그랬나? 이런 생각이 들어요.
아니 진짜, 그 썼던 글들은 복사라도 해놓을걸 그랬어.

그냥 너네랑 했던 소소한 이야기들도 있었고,
차마 추모게시판에 글 쓸 용기가 안나던 처음 몇년은,
내 싸이에 비밀 게시판으로 해서 철환쌤한테 글쓰고,
태재누리정훈이 방명록에다가 비밀글로 해서 글 쓰고 했었으니까.
우다다를 다니고 졸업하고 길동무를 하면서 내가 거쳐왔던 시간들,
분투하며 했던 생각들의 흔적들이 없어진다고 하니까 그게 좀 그래.

나는 아직도 안까먹어지는 거 중에 하나가,
누리가 싸이 방명록에 다른 얘기 끝에 누나 노래 듣고 놀랬단 거랑
거기에 내가 내년에 도보가서 지겹게 노래 불러줄게 했던 거.
니가 써줬던 방명록의 그 글들은 가끔 보면 내 허를 찌르던 글들이 좀 있었어서.
한참 지나고 나서도, 그거 보면서 나 열심히, 네사람 몫 하면서 살아야지
생각하는 큰 계기가 되었단 말이에요.
다른 사람들 싸이는 내가 글을 많이 썼다면, 특히 이태재. 니 싸이에는 그랬지.
근데 누리랑은 내가 글 썼던 거 보다 누리가 썼던 방명록이랑
내 방명록에 니가 남긴 댓글을 보던 게 더 많았어.
그냥 네 글은 어딘가 따끔한 데가 있어서, 항상 날 생각하고 고민하게 했거든.

정훈이랑은 글보다는 같이 기억을 공유하는 사진이 더 많았는데.
같이 목공을 가면서도 그렇고.
나는 너 생각하면 어쩔 수 없이 목공가는 그 마을 버스 기다리면서
내가 장난 쳐서 너 울려고 하는데 동동이 닮았다고 놀리면서 웃고
어느순간 네 별명이 동동이로 굳어진 그게 제일 많이 생각이 나.
그때 진짜 아따맘마에 나오는 동동이 울상지을때랑 똑같았거든..

한참 멘탈 바스락 하면서 학교를 잘 안오기 시작하던 그때
철환쌤이 합천에서 해줬던 얘기, 나 안까먹으려고 그때 싸이에 써놨었는데.
2부는 언제 들려줄거냐고 웃으면서 말하고 결국 2부는 못들었지만.
이제 그 써놨던 글을 볼 수가 없네. 그게 무지 속상해.
근데 아무리 떠올려도 내용이 생각이 안나는데 그거 하나는 기억나요.
그때의 나는 누구를 좋아하고 사랑하고 그사람과 사귀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그 사람한테 내가 너를 좋아한다고 말함으로써 그냥 서로가 행복해지는
그거 하나로 충분했다는 그 말. 그거만 딱 기억이 나요 아직도.

이태재가 2006년 금강도보때 그 해지는 저녁 노을 언덕길에서 힘내라며
목이 터져라 불러주던 내가만일, 그건 아직도 사진처럼 남아있어요.
내가 누난데 내가 챙김받는 게 부끄러워서 고맙다는 말도 안했던 그 날.
그래서 나는 김기영이 우리 알파 운영위원 선거때 내가만일 개사해서 불렀던 거
그게 그렇게 듣기가 힘들었어. 자꾸 그날의 이태재가 생각이 나게되어서.
내가 그때 니 노래 듣고 왜 울었는지, 너는 아마 계속 모르겠지.

지금의, 스웨덴에서 살아가고 있는 나는 가장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시기에요.
여긴 하필 이제 곧 휴가기간이고, 거의 턱걸이 해서 접수한 이력서는..
음.. 전혀 상관없는 분야라 사실 큰 기대는 안하는데.. 되었으면 좋겠다.
타자치고 일 하는 거 그만하고 싶어..헤헤. 나도 출근하고싶다.
일을 하긴 하지만 이건 뭔가 나를 좀먹는 기분이라.. 내가 자꾸 딴짓하기도 하구.

세달전만 해도 여름 두달 허랭에 있으려면 일을 그만둬야하나 말아야하나
한국은 언제가지 내 비자 연장은 워크퍼밋은.. 하면서 머리가 복잡했는데
이시국씨가 이모양이라 비자연장은 커녕 하루하루 잘 살아내기가 목표에요.
그래도 집에만 갇혀있는 거 아니고 새벽에 나가서 걸으면서
소도 보고 말도 보고 사슴도 보고 토끼도 보고 새도 보고 뱀도 보고 달팽이도 보고
그냥 자연 속에서 그렇게 살면서 좀 나를 다잡는 기분이에요.
그렇게 걷다보면, 잡생각이 안들기도 하구요. 이건 무지 다행이라 생각해요.

짝매방 양반들 말고는 이제 한국에 있는 사람들이랑 연락도 안하는데,
예전에 전수관 살때 말도안되게 외로움에 찌들어서 밤만되면 애들한테 연락하던거
물론 그때보다 생각이 크고 머리가 커서 똑같이는 안하지만
또 그렇게 할까봐 스스로 미연에 방지하려고 그냥 한국에 연락을 안하고 있어요.
나는 여전히 적당히가 안되는 사람이더라구...슬프게도. 하하.
처음 일 쉬기 시작할땐 짝매방 양반들한테만 전화도 한번씩 했는데 이제는 전화도 안해.
그것도 하면 안되겠더라고. 나 자꾸 오히려 그럴때마다 마음이 약해져서.
여왕 목소리도 듣고싶고 교앙쌤 목소리도 듣고싶은데, 사실 자신이 없어서.
무소식이 희소식이겠거니.. 생각하실꺼라 믿고 그냥..그냥.

의외로 외로워외로워괴로워 안하고 하루하루 지내고 있어서 스스로 조금 신기해요.
음, 원래도 평소에는 외로워외로워 하는 스타일 아니긴한데,
이렇게까지 고립되어서 산 건 전수관 이후로 두번째여서..
아니 사실 전수관에서도 고립되어서 살진 않았지.. 사부도 계셨고 전수관 선배들도 있었고
사람들 많이 만나고 다녔지. 물론 알던 사람들이 아니라서 힘들었던거긴 했지만.
그에 반해서 지금은 집주인 가족들 말고는 사람을 안만나니깐.
스톡에서 만난 춤추는 친구들이 시티로 소환했는데, 시절이 하수상하기도 하고
지금 시티까지 그렇게 가기엔 사실 생활비가 달려서 그냥 포기했어요.
여기 와서 춤 못추고 사람들 못만나는 거 진짜 너무 아쉬운데,
스웨디시 친구들을 만나야 스웨덴어가 늘텐데.. 하면서.
근데 이거는 지금 상황이 상황이니까 아쉬운 마음 조금 접고 공부에 매진하는걸로.
나 지금 스웨덴어학교 이번 학기 마지막 레포트 써야하는데..
약간 마음 괴로워서 안들여다보고 있어요 푸하하하하 사실 지금 피하고 있는 중이네
안미루고 내일은 꼭 할게요.. 미루는 버릇은 여전하다 나.

그때 나는, 열 일곱이었는데 내가 어느새 서른이래요.
서른? 살면서 그런 나이가 나한테 올줄도 몰랐고, 이렇게 그려가지도 않았는데.
내가 상상했던 최고 나이 많은 미래는 스물 여섯이었어.
여왕 난말이쥐 수업때 10년 후 내 모습 생각하면서 10년동안 할 거 리스트 만들었던거.
그때 생각했던 내 스물여섯이, 제일 나이가 많은 박지예였는데.
스물여섯 나는 어리고 어리더라고.. 지금 돌이켜보면.

이렇게 살아가다보면 그때의 철환쌤보다 내가 나이가 많아지는 순간이 오겠죠.
그렇게 생각하는데, 순간 조금 무서웠어요.
근데 서른에 닿은 지금은, 그게 곧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뭐랄까..
나는 아직도 정말 철이 없고 가진게 없는 사람인데. 많이 부족한데.
네사람의 몫 다 하며 살자는 이야기, 정말 많이 했었는데.
나 그렇게 살아내고 있나 하면 지금은 사실 좀 자신 없어요.
하지만 그렇게 열심히 살아냈노라 말할 수 있게, 나 다시 당겨서 잘 살아볼게요.

오늘은 그냥 정제되지 않은 상태로, 그렇게 이야기 해 보고 싶었어요.
나 원래 말이 무지 많은 애라, 글도 이렇게 길잖아요.
가끔 블로그든 어디든 분량 생각 안하고 긴 글 쓰는게 취미라..
생각해보니까 나 글 쓰는거 되게 좋아하더라고. 몰랐는데.
겨울에 여왕이랑 통화할때 여왕이 그런 말씀 하셨는데,
나 그때 너무 새삼스레 깨닫게 되었어요. 그날 스스로 좀 웃기더라.
여지껏 내가 그걸 별로 자각을 못하고 있었다는 게.

작년 8월 30일엔 한국에 없었는데, 올핸 잘 모르겠어요.
당장 다음달도 잘 모르겠는게 지금이라. 뭐라 말을 할 순 없지만.
세상 어디에 살고있든, 박지예답게 그렇게 살아낼게요.
보고싶은 마음 조금 떼어서 여기 두고 가요. 안녕. 또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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